솔직히 코로나 거리두기로 인간관계 역시 적당히 거리를 둬 온 것이 나쁘지 않았다. 전혀 불편한 것이 없었다. 온전히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만 만날 수 있었고, 그것조차 매우 횟수가 줄어서 대부분을 가정에서 생활했다. 새벽 기상을 통해 혼자만의 시간도 많이 가질 수 있었다. 이것은 나 자신을 돌아보고 객관화해 보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스스로 인간관계에 대해서 그동안 상당히 피로감을 느껴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얼마 전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고 방역수칙이 해제되자, 다시 각종 회식, 모임, 행사 등이 추진되기 시작했다. 한 친목 모임에 나가서 회식 자리를 가졌다. 오랜만에 만나 반갑고 즐겁기도 했다. 2차 도중 술자리가 무르익어가자 한 선배가 동생들에게 ‘열심히 좀 하라’며 한마디 했다.
'같이 즐거워지자고 만난 친목 모임에서 뭘 열심히 하라는 거지?'
그 말이 나를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더는 오래 있고 싶지 않았다.
먼저 가겠다고 하며 일어섰다. 나보다 연장자가 훨씬 많은 모임이라 용기가 필요했다. 물론 예고 없이 행동한 것은 소통의 부재였고, 이것은 나의 문제점이었다. 그런데도 문까지 나와서 배웅을 해주시는 분이 있는가 하면 순간 눈빛에서 건방지게 형보다 먼저 가냐며 레이저를 발사하는 사람도 있다.
집으로 가는 길에 후회는 없었다. 예전에는 늘 끌려다니는 편이었지만, 더 이상 감정을 소모하고 시간과 몸을 축내며 자리를 지키고 싶지 않았다.
'그들에게 바라는 것도 없고, 아쉬운 것도 없다. 인맥을 끈끈하게 유지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냥 잠시 반가운 얼굴을 봐서 좋았다.' 고 생각했다.
어떤 인간관계든 내가 그들에게 도움을 받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면 내 행동에 전혀 거스를 것이 없다. 오히려 기대 없이 베풀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나를 중심으로 더욱 주체적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인맥도 양쪽이 대등한 위치에 있을 때 성립된다. 쓸데없이 남들 신경 쓰고 눈치 보고 살기에는 내 인생이, 내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가치 있다.
요즘 코로나가 재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슬픈 일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반가운 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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