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일기를 써보려고 한다. 책 '파워블로그의 첫걸음, 블로그 글쓰기'를 읽다가 일상을 꾸준히 적는 것도 좋다는 의견에 공감했다. 예전부터 생각을 해왔던 교직일기를 실행해보고자 한다. 우선 최소 한달이라도 실천해보려고 한다.
하루에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특정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깊이 쓸 수도 있고, 내 수업에 관한 내용을 적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진정성 있게 쓰고자 노력하겠다.
오늘은 5학년 학생들을 데리고 요리 수업을 하였다. 5학년 학생들이고 지금까지 매년 한 번 이상은 요리 실습을 해왔기 때문에 요리의 기본 정도는 있을 거라 지레짐작했던 것 같다. 시작하자마자 사고가 터졌다. 계란후라이를 하는데 기름을 엄청 많이 뿌렸다. 그리고는 계란을 깨는데 너무 세게 깬 나머지 거의 전부가 후라이팬 위가 아닌 후라이팬 아래에 떨어졌다. 어이가 없었다. 더 세심한 부분까지 알려줬어야 하는데 놓쳤다. 일단 불을 끄고 그 모둠은 요리를 스탑하고 정리부터 다시 했다. 버너 받침대에 묻은 달걀을 화장실에 가지고 가 씻어 오도록 했다. 나중에 보니 가는 도중에 복도에 계란을 떨어뜨렸는지 끈적한 액체가 흥건했다. 그리고는 씻어왔다고 다시 요리를 시작했다. 그 모둠은 두시간 내내 나의 핀잔을 많이 들었다. 그렇다고 언성을 높이지는 않았지만 다들 청소하는 자체도 귀찮고 당연히 기분이 안 좋았겠지. 표정도 안좋았다.
요리가 끝나고 음식을 먹기 전 간단하게 써클활동으로 소감말하기 시간을 가졌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즐거웠고 다음에는 다른 요리도 만들고 싶다고 했으나, 그 모둠은 다시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안타까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더 안타까운 것 자신들이 만든 음식도 별로 맛이 없었다고 했다. 물론 다 먹었지만.
모든 모둠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감자를 삶던 모둠은 물이 여러번 물이 넘쳐흘러서 놀랬다고 말했다. 사실 가장 불안했던 모둠이 큰 문제없이 창의적인 요리를 만들기도 했다.
작고 세세한 부분도 알려주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세세한 부분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아이들은 늘 내 예상을 넘어선다는 것을 깨달았다. 잘 할 것이라 믿는 것은 잘 안되기도 했다. 잘할 수 있을까라고 의심했던 것은 더 잘 해내곤 했다. 아이들은 늘 그랬었다는 것을 깜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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