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많이 안 하는 게 제일 문제다.
일정한 양의 시간을 투입하지 않고서 수험 방법이나 학습 요령을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주변에 공부를 잘하는 이들이 유전자를 잘 지니고 태어났는지, 다른 이유가 있어서 공부를 더 많이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들은 절대적으로 공부하는 시간이 평균인보다 더 많다는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 현혹되어 무작정 성공한 이들의 모습을 흉내 내려고 하는 것은 스트레칭조차 잘하지 못하는 초보자가 잘 단련된 기계체조 선수의 역동적인 동작을 보고 바로 따라 하려는 것과 같다. 평균에 해당하는 사람일수록 이런 합격 수기를 따라하기보다 공부의 필요조건인 절대적 시간 투입과 이를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평균에 해당하는 사람이라면 불굴의 의지로 만든 성공기를 경계해야 한다. 평균인은 그 정도의 의지를 발휘하지 못해서 평균인이다. 평균에 해당하는 우리가 이 확률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면, 공부를 잘하고 싶다면 방법은 공부를 많이 하는 것뿐이다.
안데르슨 에릭슨의 『백만 시간의 재발견』과 흡사한 주장이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은 남들보다 공부에 투입하는 절대적인 시간이 많다. 세계적인 연주자든, 세계적인 운동선수든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는 사람들은 모두 일반인보다 많은 연습 시간을 어렷을 적부터 꾸준히 축적해온 공통점이 있었다. 에릭슨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오히려 재능과 타고난 유전적 이점이 노력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넌 머리는 좋은 데 노력을 안 해서….’
우리가 어렸을 적부터 얼마나 많이 들었던 말인가? 오히려 뛰어난 재능이 노력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무엇이든 남들보다 높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임계점에 다다를 수 있는 어느 정도의 노력을 투입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구조적 환경 설정
공부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면 ‘공부를 열심히 하기로 결심하고 실천하기’보다는 ‘공부가 더 잘되거나,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을 만들기’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나를 둘러싼 대부분의 구조적 환경 요소들을 필요에 따라 자신의 목표에 맞게 고쳐나감으로 행동을 적절히 통제하고 유도할 수 있다. 특정한 방향으로 행동하게끔 길을 터주는 구조적 개선은 평균에 해당하는 사람이 평균보다 공부를 더 많이, 열심히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것이 내가 텔레비전을 내다 버린 이유이고, 게임을 단칼에 그만둔 계기이다.
예컨대 스스로 영어 회화 실력이 부족하다면 내일부터 영어 회화를 공부하겠다고 의지를 다지는 것보다 영어로 소통하지 않으면 안 되는 환경에 나 자신을 내던지는 것이 구조적 개선의 방법이다. 자꾸 특정 물건을 잃어버리는 습관이 있다면 잃어버리지 말아야지 되뇌는 것보다. 물건을 몸에 매달아 놓거나 아예 들고 다니지 않으면 된다.
스마트폰이 공부를 방해하는 요소라면, 여기에 적용할 구조적 개선 역시 간단하다. 당연히 스마트폰을 없애버리는 것이다. 아예 쓰지 않는다는 게 사실상 쉽지 않다면 문자와 전화 기능만 되는 피처폰을 사용하는 것이다.
구조적으로 방해 요소를 차단할 때 고려해야 할 것이 2가지 있다. 바로 돈과 시간이다. 쉽게 말해 내가 공부에 열중하고자 과감히 배수진을 쳤는데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 때, 돌아가는데 들여야 하는 돈과 시간이 크면 클수록 다시 마음먹고 돌아가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기왕 구조적 개선을 하고자 한다면 더 화끈하게, 쉽게 되돌아오지 못할 방법을 선택할수록 원하는 효과를 더 크게 얻을 수 있다.
사람들의 의지는 한계가 있다. 의지도 에너지와 같이 소모성이라는 주장을 들은 적도 있다. 동기 부여나 의지는 영원할 수 없다. 그러므로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꾸준히 노력하기 위해서는 환경 설정이 중요하다.
‘오늘부터 진짜 열심히 공부하겠다’라고,
‘새해부터 금연하겠다’라고,
‘반드시 다이어트에 성공하겠다’라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다짐하고 작심삼일을 맞이하는가 떠올려보자. 따라서 의지나 동기 부여보다 중요한 것은 환경 설정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원하는 목표가 있다면 먼저 그 목표를 방해해왔던(과거), 방해하고 있는(현재), 방해할 것으로 보이는(미래) 요소들을 제거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한 요소들을 다시 돌아가기 힘들 정도로 비용이나 시간을 크게 만들어 놓는다면 더욱 굳건한 구조적인 환경 설정이 가능하다.
위기주도학습법
흔들리지 않고 군더더기 없는 공부를 지속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뭐니 뭐니 해도 이미 조성된 위기 상황과 학습에 대한 강한 압박이었다. 시험을 앞두고 한 글자라도 더 보지 않으면 그 시험에서 탈락할 확률이 높았고, 탈락했을 때 따라올 온갖 경제적 피해, 시간 낭비는 물론 떨어지면 창피함과 수치스러움까지 감수해야 했다.
위기주도학습법은 기본적으로 사람이 위기 상황에 빠졌을 때, 위기의식에 본능적으로 반응해 군더더기 없이 공부에 집중하고 의욕을 끌어올려 학습 의지를 증강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구조적 환경 설정으로 극한의 위기 상황으로 몰아붙여 높은 성과를 내는 것을 말한다. 위기주도학습법은 공부를 안 하면 너무 큰 손해를 입을 만한 상황을 설정해야 한다. 말로만 ‘위기’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진짜 소중한 것이 망가지거나 사라진다는 인식이 없다면 위기는 찾아오지 않는다.
구체적이고 피부에 와닿는 금전적 손실,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한정된 시간과 기회, 또 사회적 평판까지. 잃었을 때 상실감과 고통이 큰 것이라면 무엇이든 나에게 효과적인 위기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지금 당신에게 ‘위기’란 무엇인가? 공부하지 않음으로써 뭔가를 잃는다면, 당신이 지금, 이 순간 절대 잃고 싶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미래를 향한 흔들림 없는 의지, 원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서 현재의 즐거움은 포기할 수도 있다는 보상 지연 심리가 있다면 높은 성취를 기대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때로는 업무를 할 때 이런 만성적인 위기감이 마음을 괴롭히고 삶을 불행하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이는 위기를 받아들이는 자세와 감정적 요인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그것은 개인이 나름의 행복론을 가지고 좀 더 폭넓게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위기감이 불편하고 괴로운 감정이라는 평가와 위기에서 탈출하려는 본능이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게끔 유도하는 강력한 촉매제라는 사실은 별개다. 내가 가지고 있던 걸 빼앗길 수 있다는 공포감이나 내가 영위하고 있던 삶의 여건이 송두리째 무너질 수 있다는 불안감, 그리고 나의 예견된 미래가 걷잡을 수 없이 망가질 수 있다는 위기감은 평균에 해당하는 우리가 다른 잡스러운 유혹을 머릿속에서 제거하고 오로지 공부에만 매진하여 위기 상황에서 탈출해야 한다는 ‘눈앞의 과제’에 집중하게끔 도와준다.
위기 상황을 인식하고 이를 타개할 방법이 공부라는 것을 인지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나 자신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탈출하여 생존을 쟁취했던 인류의 진화가 남긴 본능을 드러내는 것과 같다.
저자의 위기주도학습법은 개인차에 따라 효과적일 수도 역효과가 클 수도 있겠다. 우선 인간을 극한의 위기 상황으로 몰아붙여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그 부작용으로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심하면 인지·정서적인 장애를 유발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단기적인 성과를 내는데 탁월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독이 되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염려된다. 저자 역시 이런 중요한 시험을 급히 준비해서 보는 것 자체가 어찌 보면 적절치 않는다며 일정 부분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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