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태어난 후 무엇이든 가족과 다 같이 하는 것을 선호하게 되었다. 약속은 되도록 가족 모임으로 추진하고, 임장도 마찬가지다. 혼자서 움직이는 것이 더 효율적이겠으나 아내와 함께 다니면 의견을 교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독박육아를 맡기지 않았다는 마음에 오히려 마음도 편하다. 혼자서 다니면 오히려 마음이 급해지곤 했다.
아들에게는 임장이라는 어려운 말보다 산책하러 가자고 하거나, ‘마을 탐방’ 간다고 한다.
아들은 아빠 행동을 따라 한다. 그래서 늘 말과 행동을 조심할 수밖에 없다.
마을 탐방을 다닐 때도 그렇다. 부동산에 들어가서 열심히 수첩에 무언가를 적는 아빠를 보며 자신도 수첩에 무언가를 적거나 적는 척을 한다.
“여기는 화장실이고, 여기는 방이에요”
어떤 날은 중개소장님을 흉내 내며 우리 집을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 주말 다른 지역을 다녀왔다. 첫 1박 2일 임장 여행이었다. 토요일 저녁 약속이 취소되어 급결정 후 출발했다. 부동산에 들러 상담도 하고 몇몇 집의 내부도 보고 하니 금방 시간이 지나갔다. 2시간 30분 정도 운전해 도착한 시간이 오후 4시. 부지런히 움직인다고 했는데도 7시 30분이 되어 갔다. 보이는 돈가스집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즉흥적으로 숙소를 예약했다.
숙소에 도착하자 아들은 집에 가고 싶다고 했다. 어두컴컴한 주차장 야한 조명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거다. 더구나 낯가림이 심해 새로운 환경에 거부감이 있는 아이라 오죽했으랴. 안아서 달래며 열쇠를 받아 방으로 들어가니 퀴퀴한 냄새가 났다. 방에서 찌든 담배 냄새가 나는 것 같다. 불을 켜고 뽀로로를 틀어주니 금세 방을 마음에 들어 한다. 나중에는 집에 가기 싫다고 할 정도였다. 다음날 일찍 일어나서 조식 서비스를 이용했다. 새우볶음밥과 라면. 예상보다 맛이 괜찮았다. 맛있게 먹었다. 식사 장소에 오락거리도 있어 조금 놀기도 했다.
이른 오전부터 마을 탐방을 시작했다. 어제는 시간도 늦고 어두워서 부동산과 내부를 주로 보았는데 오늘은 단지와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주변 시설로 이동하는 길을 걸어 다녔다. 중간에 놀이터가 보이면 쉬면서 놀기도 한다. 시소, 그네도 타고 미끄럼틀도 탄다.
“나는 놀이터가 제일 좋아”
아마도 아들에게는 가장 즐거운 시간일 것이다. 점심을 먹고 아내와 번갈아 운전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아내가 잠들기 전 아들에게 여행이 어땠는지 물었다.
“좋았어.”
아내가 무엇이 가장 좋았냐고 묻자,
“엄마 아빠가 가장 좋았어.”
스윗한 아들을 두었다고 내게 자랑하는 엄마 옆으로 부끄러워하는 아들의 모습이 보였다.
고마운 마음이 든다. 불평, 불만 없이 잘 따라주어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한창 예쁜 곳에 가서 신나게 뛰어놀기도 하고, 다양한 것을 보고 경험할 나이인데 마을 탐방에 너무 많은 시간을 뺏기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되도록 일주일에 하루는 오로지 아들과 질적으로 신나게 노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훗날 아들은 우리의 마을 탐방을 어떻게 기억할까?
아들의 경제, 재테크, 투자마인드에 대해 독이 될까? 실이 될까?
나도 어서 빨리 종잣돈을 모아서 무언가 투자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질까?
아니면 장시간 걸어 다녔던 힘든 고생으로 생각할까?
아직 이 부분에 대해서 아직은 확신이 없다.
오늘 새벽에도 아들과 아내에게 가장 먼저 감사기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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