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열등감이 많은 아이였다. 초등학교 시절, 못생기고 운동신경도 없고 아무 데도 소질이 없었다. 엄한 아버지 밑에서 늘 주눅이 들어 살았다.(아버지가 검사이고, 어머니는 약사다.) 하지만 꿈이 있었다. 글쓰기로 성공하고 싶다는 꿈이다. 소극적인 성격이라 자신감이 부족했던 그는 글로써 자신을 표현하고 싶었다. 서른 살에 글쓰기를 시작한다. 5년 넘는 시간 동안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지옥 훈련’을 했고 여러 실패를 거쳐 결국 그는 꽤 인지도 있는 작가가 되었다.
유명한 작가 이전에 그는 서울대 의대 출신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공부 잘하는 학생이 입학하는 서울대. 그중에서도 가장 힘들다는 의대를 진학한 그다. 지옥 훈련을 통해 그나마 지금의 자신이 만들어졌다고 표현하는 그. 내가 보기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겸손한 사람이다.
그는 지나치다.
이 책은 저자 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것에서 시작된다. 아니, 사실은 자기비하에 가깝다. 자신의 불행했던 어린 시절을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그는 자신이 이렇게도 부족한 사람이었다며 이런 나도 글을 쓰니 당신도 쓸 수 있다는 용기를 주려 한다. 불편했다. 우리 사회의 기득권 계층인 의사이자 교수인 그가 ‘나도 되니 당신도 할 수 있다’라는 말에 쉽게 공감하기에 그는 너무 많은 것을 이룬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얼굴을 표지에 실었다. 자신의 첫 작품 ‘마태우스’라는 책 표지에도 자신의 얼굴을 실었다고 하니 적어도 자신의 외모에 당당한 사람이다. 자신의 작은 눈와 못난 얼굴을 표지에 싣고 이를 유머로 승화한다. 그는 지나칠 정도로 못생기지 않았다. 아내는 내 설명을 듣고 이 책의 표지를 보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못나지 않았는데?”
그는 지나치지 않았다.
그가 표지의 절반을 얼굴로 싣고, 이 못생긴 얼굴을 자신 성장의 동력으로 삼아 독자의 공감을 얻으려 했다면 그는 더 못생겨야 했다.
책을 읽다가 이 정도 글은 나도 쓸 수 있겠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한테 쓰는 편지를 읽고는 내가 연애할 때 쓴 편지만큼 유치하고 오그라드는 것을 보고 오히려 이것보다 잘 쓸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는 글을 더 못 써야 했다. 쉽게 쓰고 적절한 비유를 하며 술술 읽히는 그의 책은 너무 잘 쓴 글이다. 그는 더 평범한 사람이어야 했다.
반어법
결국 그는 ‘어떻게 쓸 것인가?’에서 자신의 글 잘 쓰는 비결을 말한다.
1. 두 사건을 연결해 비유하기
2. 반어법으로 돌려 까기
3. 쉽게 쓰기
4. 솔직하게 쓰기
못생기지 않은 사람이 자신을 자꾸 못생겼다고 하는 반어법. 서울대 의대를 나온 사람이 자신은 그렇게 똑똑한 사람이 아닌 지옥 훈련을 통해 성장했던 노력형 인간이라는 반어법.
이런 치밀한 반전까지 준비한 그는 다시 너무 지나치다.
이 책에는 정치적인 비평을 서슴지 않게 하여 곤란한 적도 많지만, 사람들의 지지도 있었다는 대목이 있다. 그가 조극흑서를 쓰는 극보수 정치 성향을 갖게 된 데는 그의 생존전략과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진보 정권에서 정권 친화적인 글을 쓰는 것은 재미가 없다. 극우성향의 논객이 더 관심을 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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