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집이 점점 마음에 든다. 물론 처음에는 마음이 뒤숭숭했다. 오래된 집 특유의 퀴퀴한 냄새. 심란한 벽지와 장판은 보지 않으려 한다고 볼 수 없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은 집이 오래된 단점 빼고는 점점 좋아진다. 이전 집보다 내부에서 이동 동선이 짧은 점. 월세 수익을 가지고 더 많은 종잣돈을 모을 수 있는 점. 높은 층에서만 볼 수 있는 조망권, 운동하기에 너무 편리한 체육공원, 버스와 지하철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교통권, 언제든지 갈 수 있는 천변까지 모두 마음에 든다.
아들은 벌써 이 집에 애착이 생긴 모양이다. 지나가면서 “내 집 안녕~” 하며 인사도 한다. 오늘은 외출하고 다녀오는 길에 예전 집 근처를 지나갔다. 이전 집으로 가고 싶으냐, 새로 이사 온 집에 가고 싶으냐는 내 질문에 아들은 망설임 없이 새로 이사 온 집으로 가고 싶다고 했다. 집에서도 늘 밝고 긍정적이다. 오후에는 천변에서 같이 물고기를 잡으며 신나게 놀고 나니, 이곳을 더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다.
아내는 아직 힘들어한다. 아내는 이사 오기 전에도 그랬지만, 이사 오고 나서 더욱 표정이 좋지 않다. 말투도 차갑다. 심란한 모양이다. 오래된 벽지, 청소해도 티가 나지 않는 장판은 나 역시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데 아내는 오죽할까?
오늘 오후 아들과 냇가에서 놀다 오자 아내가 말한다.
“이제 조금은 적응이 되는 것 같다.”
“그때 뭐에 씌어서 이사하자고 했는지 모르겠다.”
얼마 전에는
“오빠 아니었다면 지금이라도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라고도 했다.
아내는 후회하고 있다. 나는 기다리기로 했다. 내가 아내의 감정을 조금 나아지게 도울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묵묵히 내 할 일을 하며 기다리는 것이다. 긍정적인 아내는 아마 금방 적응할 것이고 예전보다 더 당당해질 것이며, 더 성숙해질 것이라 믿는다.
아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나 역시 힘들다.
‘왜 굳이 이런 선택을 해서 처자식을 고생시키는가?’
‘아니, 내가 가는 이 길이 맞기는 한 건가?’
‘나는 우선 가정에서 성공한다.’
매일 잠자기 전 그리고 일상속에서 늘 마음속으로 되뇌이는 말이다.
가족은 소중하다. 특히 나의 아내는 내 인생의 0순위다. 그런 아내를 힘들게 하는 이 길이 맞는 방향일까?
최근 읽은 웰씽킹의 저자 켈리 최는 이렇게 말했다. 내 꿈을 이루는데 가장 큰 방해꾼은 오히려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다. 내 꿈을 이루는데 가족이 항상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다. 우리 부모님, 나의 아내, 나의 친한 지인들은 늘 나를 걱정한다. 모험이나 도전보다는 늘 있던 이 자리를 가만히 지켜주길 원한다.
그렇다면 그들은 내가 원하는 모습을 갖춘 사람들인가? 그들은 부자인가? 그들은 자유로운 영혼인가? 모두 아니다. 적어도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 도움이 되는 조언은 주지 못한다. 그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맞추거나 기대에 충족시키려고만 한다면 나는 그들과 똑같은 삶을 살 수 밖에 없다. 나는 우리 가족의 행복을 절실히 원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나부터 행복해야 한다.
그동안 책을 통해 만났던 멘토들이라면 이 순간 어떤 생각과 마음가짐을 가질까? 그들이라면 이 선택을 어떻게 평가할까? 나에게 잘했다고 손뼉 칠 것인가, 아니면 비난할 것인가?
그동안 책을 허투루 읽지 않았나 보다. 자기 사명서와 자기암시와 확신으로 다시 목표에 초점을 맞추었다. 끊임없이 흔들리는 나침반처럼 흔들리고 방황할지라도 나는 계속 움직여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나는 자리를 지키는 것보다 나아가고 싶다. 그럴 때 내 자신은 행복하다. 가만히 남들 하는 대로 주어진 대로 사는 것은 내게는 죽어있는 삶이다. 돈과 성공도 중요하지만 나 스스로 존경하는 내가 되기 위해서라도 나아가야 한다. 내가 통제 불가능했던 것을 하나씩 통제하고 자유를 얻어가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가끔 마음이 약해지고 흔들릴 때는 명심하자. 힘들어도 기댈 곳은 없다. 온전히 나 스스로 모든 것을 버텨야 한다. 이기려고 너무 용쓰지는 말자. 그냥 내 두 발로 한 발짝씩만 나아가자. 그것이 내가 나를 이기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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