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4살이 되었다. 주위에서는 하나같이 둘째에 대한 질문을 한다. 이제는 의례받는 질문이다. 그때마다 이런저런 설득 아닌 설명을 하게 되었는데, 오늘 내 생각과 마음을 글로 적으며 정리해보았다.
나와 아내를 위해서 하나가 좋다. 아이는 너무 예쁘다. 그렇다고 마냥 예쁜 꽃은 아니다. 늘 보고만 있을 수 없다. 기저귀를 갈고, 토한 이불도 빨아야 한다. 이유식도 만들고, 목욕도 시켜야 한다. 개인적으로 아이 한 명을 안정감 있게 키우려면 어른 두 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소 두 돌까지는 2명이 도와서 키워야 안정적으로 돌볼 수 있다. 그 이후에는 조금 수월해질 수도 있지만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외출이나 나만의 시간을 갖기는 매우 힘들다. 내가 새벽에 일어나는 이유도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아이와 함께 있을 때는 따로 내 할 일을 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몸만 피곤한 것이 아니다.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도 있다. 특히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정신적으로 굉장히 예민해진다. 그러다 보니 부부간에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서로 행복해지고자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았는데 정작 부부의 관계가 틀어지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무던한 성격이라 아이가 생기기 전에는 한 번도 얼굴을 붉힌 적이 없었다.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몸이 힘들고 정신이 지치다 보니 서로에게 기대하고 요구하는 것이 늘어난다. 자연스럽게 기대는 실망이 되고 불만이 쌓이게 된다. 아이가 하나인데도 이렇게 힘들 수 있는데 둘이라면 극한 상황이 왔을 때 고통이 두 배 이상, 회복하는 데도 두 배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 여겨졌다.
경제적인 이유를 무시할 수 없다. 우리 부부는 아이와 우리 모두를 위해서 되도록 직접 아이를 키우자는 의견을 나누었고 실천했다. 결국 한 명은 직장을 쉬면서 아이를 키워야 했다. 소득은 줄어드는 데 소비는 늘어난다. 아이는 공짜로 키우는 것이 아니다. 많은 시간, 정성, 사랑, 노력과 함께 돈이 필요하다. 요즘에는 아동수당, 양육수당도 나오고 둘째, 셋째의 경우 지자체 정책에 따라 많은 지원금을 준다지만 가계에 약간의 도움이 될 뿐이다. 둘째는 첫째보다 돈이 덜 든다고 하지만 어렸을 때 이야기다. 커갈수록 온전히 한 사람으로서의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아이를 독립시키려면 평균 30년이 필요한 시절이다. 30년으로도 부족할 수 있다. 어린아이들은 돈이 적게 들겠지만, 아이가 성장하면서 투입되는 돈은 점점 더 많아진다. 교육비도 들어가고 생활비도 더 많이 들어갈 것이고 독립은 한다면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다. 아이를 하나 키우는데 2억~5억이 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 우리나라의 노년층의 45% 가까이가 생계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어려운 형편의 빈곤층이라는 통계 결과도 있었다. 노후 준비를 방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녀 교육비와 양육비였다.
사람들은 형제가 없으면 외롭다고 말한다. 형제는 많아야 경쟁도 하고 도와가며 바른 인성을 갖추는 데 좋다고 한다. 외동은 성격에 문제가 생긴다는 말들도 많이 듣는다. 아이를 위해서 둘째를 가져야 한다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나는 공감을 하지 못했다. 솔직히 나는 형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세 명의 형제가 있는 처지에서 그다지 형제끼리 끈적한 유대감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부터 나를 제외한 자매는 서로 사이가 가까웠고, 오히려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가진 적이 더 많았다. 막내와 아들이라는 이름으로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다 보니 시기 질투를 받았던 기억도 있다. 잠재의식 속에 굳이 형제가 더 있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해왔던 것 같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형제나 남매끼리는 서로 의지하며 이상적으로 잘 지내는 모습을 찾기 힘들었다. 오히려 친구보다 못한 예도 있었다. 급기야 원수처럼 지내는 사람도 있었다. 부모님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형제끼리 예의상 왕래만 할 뿐 형제자매가 있어서 행복해하신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내 주위 사람들 100명 중 1~2명의 남매나 형제들이 끔찍이 아끼며 사랑하고 챙기는 모습이었다. 외동이라고 다 못나거나 부족한 것이 아니었고, 형제가 많다고 다 둥글둥글하고 성격이 좋은 것도 아니었다. 첫째를 위해서 둘째를 낳는다는 말은 동의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표현 자체가 둘째를 첫째를 위한 희생양이 되는 것 같았다. 첫째도 아빠도 엄마도 모두의 삶이 모두 중요하고 소중하다는 생각이다. 무언가를 보충하거나 보완하는 데 필요로 아이를 가진다는 것은 공감하기 힘들었다.
결국 아내와 아이를 하나만 갖자고 결론내렸다. 단순한 마음으로 급하게 결정한 것은 아니다. 아이를 갖기 전부터도 고민했고 아이를 키우면서도 내내 마음에 문제를 안고 있는 것처럼 늘 고민을 해왔다.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 부부와 현재 아이를 위해서도 지금이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누군가는 이러한 젊은 부부들 때문에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고 한숨짓는다. 누군가는 젊은이들이 너무 자기들밖에 모른다고 하기도 한다. 이기적이라고 손가락질하기도 한다. 저출산 문제에 공감한다. 아이들이 점점 줄어드는 것은, 우리나라의 미래가 점점 암울해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아이를 낳기만 하면 저절로 키워지는 호락호락한 세상이 아니다. 무책임하게 아이를 낳고 방치하다시피 키우는 것은 더 문제일 수 있다. OECD 국가에서 청소년 자살률은 1위, 노년층 빈곤율 역시 심각하다. 사회적인 문제는 공감하지만, 그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해 딱히 해결책을 내놓기 힘들다. 자신의 현실과 미래를 냉정하게 판단한다는 의미에서 요즘(?) 젊은이들은 국가적으로 이기적이라 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현명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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