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좋아한다.
자전거는 착하다. 환경을 해치지 않는다. 오로지 두 다리의 힘으로만 가야 하니 다리까지 튼튼하게 해준다.
자전거는 빠르다. 같은 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가면 걸어갈 때보다 4분의 1 정도로 빨리 갈 수 있다. 차로 갈 수 없는 거리는 자전거가 더 효율적이다. 때와 장소에 따라 자동차보다 더 빨리 도착하기도 한다.
자전거는 즐겁다. 자동차만큼 빠르지 않아서 자연의 풍경과 바람을 온전히 만끽할 수 있다.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헤치고 가면 온전히 자연의 품 안에 안길 수 있다.
활동적이었던 나는 어릴 적부터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친척 형에게 할아버지의 커다란 자전거를 안장에 앉지 않고 서서 타는 법을 배운 이후, 늘 자전거 타기를 즐겼다. 처음에는 할머니 댁 좁은 마당만 빙빙 돌다가 자신감이 생겼던지 더 멀리 나가기도 했는데, 결국 논두렁에 고꾸라져서 엉엉 울면서 집에 돌아온 적도 있었다. 거울을 보니 내 코만큼이나 커다란 혹이 이마에 생겨서 더 통곡했었는데, 사나흘 지나니 금세 없어졌던 기억이 난다.
어렸을 적, 부모님은 자전거를 사주시지 않았다. 부족한 형편도 이유였겠지만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 자동차와 사고가 난 주위 지인분들의 자녀 이야기를 듣고 염려되었을 것이다. 게다가 그 당시는 지금의 자전거도로처럼 자전거 친화적인 환경이 아니었다. 그러신 부모님이 자전거를 사주시었을 때는 스무 살이 되어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였다. 다른 도시로 대학을 다녀 자취하는 아들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싶다고 했더니 흔쾌히 사주셨다. 한참을 잘 타고 다녔는데 술을 먹고 골목 어딘가에 세워둔 자전거를 두 번이나 잃어버렸던 기억이 난다. 부모님은 어이없어 하시면서도 아들이 원하는 자전거를 다시 사주시고는 했다.
그 자전거를 타고 시험 기간 새벽, 도서관에서 빠져나와 친구와 일탈을 즐기기도 했고, 당시 사귀던 여자친구를 뒤에 태우고 벚꽃길을 지나가기도 했다. 그 이후 자전거를 다시 타게 된 것은 일하게 된 이후다. 30~40분 되는 출퇴근거리를 자전거로 타고 다니곤 했는데, 아이가 태어난 이후로는 그 시간조차 아까워 이제는 타지 않는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자전거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다. 고3으로 올라가기 전에 친구들과 찐한 추억을 쌓고 오고 싶다는 부탁에 부모님은 한참을 고민하시다가 보내주셨다. 고2 여름방학 친구 4명이 그렇게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다. 처음 계획은 제주도를 왼쪽에서 출발하여 한 바퀴 돌고 오는 것이었는데 그때 당시에는 인터넷 등이 발달하지 않아서 그저 지도를 보고 해안가를 따라가다가 결국 중도 포기했었다. 3일 내내 달렸는데 절반도 가지 못했었다. 처음 한 두 시간만큼은 너무 행복했다. 딱 그 시간까지만. 나중에는 안장에 앉기만 해도 엉덩이가 너무 아프고, 다리도 천근만근이었다. 가는 내내 길도 헤매고 가진 돈도 다 떨어지자 우리는 백기를 들었다. 자전거 대여점에 요청해서 트럭을 타고 제주항까지 돌아왔다.
버킷리스트가 있다면 그때 이루지 못한 제주도 자전거 여행을 다시 한번 도전하고 싶다. 친구들과 함께해도 좋고, 가족과 함께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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