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좋아하는 계절이 있다. 예전에는 특별히 좋거나 싫은 계절이 없었다. 봄이나 가을은 외출이나 나들이 가기에 좋은 계절이라서 좋고, 여름과 겨울에는 다른 거 다 없다 쳐도 그저 방학이 있어서 좋다.
나이가 듦에 따라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다. 어릴 때는 외부에 관심과 호기심이 왕성했다면 이제는 외부 자극에 무덤덤해지고 ‘나’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탐구한다. 언제부턴가 계절에 따른 나의 변화를 느끼기 시작했다. 결국 봄과 가을은 너무나 좋은 계절이지만 나에게는 그리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신체적으로 봄과 가을에는 호르몬이 왕성하게 분비된다(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우선 다른 계절에 비해 성적으로 왕성해지는 것을 느낀다. 딴생각하지 않으려고 자꾸 고개를 젓게 된다. 호르몬의 영향 때문인지 피부의 문제가 많이 생긴다. 돌이켜보니 봄과 가을에 뾰루지로 피부가 자주 말썽이었다. 얼굴이나 머리에 유분이 많아졌다. 날씨가 건조한 탓도 있겠지만 내 생체리듬이나 시계가 따뜻해지거나 차가워지는 날씨를 감지하면 많은 호르몬을 분비해서 유분을 높이는 것 같다.
정신적으로 봄과 가을에는 슬럼프가 쉽게 찾아온다. 작년 가을에도 슬럼프가 찾아옴을 느꼈다. 물론 담담하게 하루하루 지나갔지만, 과업에 대한 의욕과 능률이 떨어진다. 믿음과 확신에 대한 의심이 생기기도 한다. 북적대는 주위의 소음에 바람 쐬고 놀러 가고 싶다는 딴생각이 불쑥불쑥 든다.
봄, 가을 중에 고르라면 그래도 봄이 낫다. 알레르기성 비염이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는데 봄에는 거의 증세가 없다. 봄이 지나면 여름이 온다. 나는 여름에 더 활기가 난다. 추워지는 것보다 더워지는 것이 좋다. 열은 움직여서 발산할 수 있는데 추위는 옷을 더 껴입고 움츠러든다. 물론 겨울에 몸을 잘 데워놓아야 봄, 여름, 가을이 활기차다. 특히 여름은 늘 전성기다. 나에게 맞는 계절을 40년 정도 살아서야 알게 되었다. 이제는 누군가 좋아하는 계절을 말할 때 똑 부러지게 고를 수 있겠다. 올여름이 벌써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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