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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기록

크리스마스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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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for you."

"You bought me a gift? you shouldn't have"

 

얼마전 미국에서 온 친구에게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 크리스마스 선물이라.. 연애할 때 이 후 처음으로 받아본다. 특히 낯설었던 것은 포장이었다. 아기자기한 종이포장에 귀여운 카드가 함께 있었다. 낯선 것은 늘 좋다. 포장된 선물을 받았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뜯기가 아까워 한참을 그대로 두었다. 선물은 매운소스와 초콜릿이었다. 러시아 여행 때 샀던 것이라고 했다. 

 

최근 읽고 있는 『기브 앤 테이커라는 책에 성향에 따른 세 종류의 사람이 나온다. 나보다 남을 생각하는 기버(Giver), 자신만을 생각하는 테이커(Taker), 주면 대가를 생각하고 받으면 빚 졌다고 생각하는 매처(Matcher). 책을 읽다보니 나는 매처의 성향이 강했던 것 같다. 요즘은 베풀고자 하는 마음을 키워나가고 있다. 미국친구는 기버다. 아무 기대 없이 선물을 주었다. 단지 크리스마스라서. 자신에게는 선물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나는 매처다. 당연히 답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타지에서 홀로 외롭게 지내는 그녀를 위해 작게나마 '한국인의 정'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오히려 내가 미국인의 따뜻한 정을 먼저 느끼기는 했지만.

 

우선 이 친구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매우 성실한 친구이다. 늘 열심히 업무를 준비한다. 한국어도 열심히 배운다. 아무리 어려운 것도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이다.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자전거를 장만해서 가끔 타고 온다. 최근에 아이가 배우는 한글이나 숫자 등 좋은 미디어가 있으면 꼭 소개해 달라고 했다. 크리스마스에 뭐하냐고 했더니 빵을 만든다고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줌으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크리스마스에 케익을 먹느냐고 물어봤다. 배려심이 많고 친절한 성격이다. 눈이 마주치면 늘 미소를 짓는데 그 미소가 편안하다. 정감있는 사람이다. 나의 고정관념이겠지만 지금까지 접했던 외국인(특히 미국인)은 대부분 톡톡 튀는 매력과 자유분방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친구는 조금 달랐다. 조용한 편이다. 가끔 어리버리해서 귀여운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백치미가 있다. 본국의 가족들과도 관계가 좋은 것 같다. 이번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엄마가 직접 쿠키를 만들어 보내줬다며 내게도 2개 줬다. 먹어보니 맛이 괜찮았다.

 

어떤 선물을 하면 좋을까? 한국음식 대접하기? 커피 쿠폰? 집에 있는 물건 중에 좋아할 만한 것을 포장해서 줄까? 한국 차? 유자차같은 것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다. 집에 어머니가 직접 만들어주신 유자차가 있으니까. 가을에 감기에 걸려 고생도 했으니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아니면 당근? 당근은 좀 별로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우리집에는 물건이 없다. 다이소에서 살 수 있는 것을 주자니 이 친구도 언제라도 살 수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고. 한국에 대해서 소개해 주자니 음.. 고민이다. 크리스마스 선물은 이미 늦은 것 같고, 새해 선물을 줘야겠다. 해피 뉴이어 답장도 쓰고 유자차같은 것과 초콜릿도 담아서 주면 좋을 것 같다. 가래떡도 좋을 것 같기는 한데 얼려서 맛이 없겠지. 보통 미국에서는 쿠키를 구워서 준다고 했는데 쿠키도 괜찮을 것 같다. 핸드크림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인터넷에 미국인 크리스마스 선물을 검색하니 다양한 정보가 나온다. 미국은 한국과 다르게 크리스마스는 무조건 가족과 함께라고 한다. 가족끼리 칠면조 구이를 먹으며 크리스마스 트리 밑에 있는 선물을 풀어본다고 한다. 최악의 선물을 보니 슬리퍼, 초콜릿, 양말, 욕실용품, 손수건, 향수 같은 것이 나온다. 미국인에게 크리스마스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한다. 내일은 그를 위해 기도를 해야겠다. 

 

Dear Ella / 엘라

It's late, but Merry Christmas. 
It was so nice to receive an unexpected gift. It was even more touching because it felt like years since I received a gift wrapped by someone.
I prepared a small gift. 유자차 is made by my mother herself. It'll be good for a cold.

Compared to Florida where Ella lived, Korea's winter is much colder, right? I hope you have at least a warm winter with 유자차. You're always sincere and passionate. Ella is a person who has a lot to learn. I hope you are always happy in 2022. Happy almost new year!  

P.S. Happy birthday(in case I've missed it, t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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