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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기록

요리는 사랑의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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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부터 주방 담당이 되고 요리를 시작했다. '아빠가 요리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글도 썼다.

요리를 한지 16개월째 접어드니 이제서야 요리에 대한 감이 온다. 그러고보니 군 생활도 상병 말호봉쯤 되니 뭔가 감이 왔는데, 지금이 그 정도를 경험한 시기다. 새로운 요리 관련 유튜브, 사이트 등을 알게 되면 기쁘다. 어제는 '한끼식사'라는 유튜브를 통해 레시피를 배워 간장계란밥을 만들었다. 

계란에 간을 하고 전자렌지에 돌리고 간장, 참기름 등을 섞어 만드는 초간단요리였다. 그 동안 많은 요리를 도전해도 별 감흥이 없던 아들녀석이 이 간장계란밥은 마음에 들었나보다. '아빠는 요리사'라며 맛있다고 칭찬했다. 최고라고 엄지척도 해주었다. 역시 간단한 것이 최고인가. 스스로도 요리가 많이 늘었다고 생각한다. 지난 1년 동안 반복되는 칼질과 양념질로 맛의 발전이 있었다. 아직도 핸드폰에 있는 나만의 요리집이 없으면 안되지만, 발전하고 있는 것에 만족한다. 

 

아들에게 요리는 아빠가 해주는 것이 당연해졌다. 한번은 책을 읽다가 엄마가 해주신 음식은 골고루 먹어야 튼튼해지겠지요?’ 라는 대목을 보고선,

"아니야. 음식은 아빠가 해주셔."라고 말했다.

요리를 처음 하면서 작은 기대를 했다. 밥을 차려주는 것은 그냥 놀아주는 것과 다른 또다른 의미가 있지 않을까? 아들에게 아버지는 대부분 어색하고 어렵운 존재인데, 밥이라도 차려주는 아빠가 되면 조금은 더 가깝게 느끼지 않을까? 조금은 아빠의 존재감이나 소중함을 느끼지 않을까? 지금 아들과 아빠의 관계를 돌이켜보니 내 욕심이었다. 그 이후 아빠는 그냥 밥주는 사람이 되었다. 아들은 엄마를 더욱 좋아하게 되었다. 요리를 하면서 아들과 함께한 시간이 줄어든 만큼 엄마와 함께한 시간이 늘어났고 교감이 커졌다. 내가 요리를 안하고 아들과 노는 시간이 더 늘었다면 더 교감이 잘 되었을까? 이것도 장담은 못하겠다. 다행히 요리를 하면서 아내는 더 만족해한다. 예전보다 행복해하는 것 같다. 아내가 좋아하면 됐지. 아들까지 좋자고 하는 것은 기대치를 너무 높게 잡았다. 

 

요리를 하며 가장 보람되는 순간은 뭐니뭐니해도 가족들이 맛있다고 하는 순간이다. 맛있다는 칭찬을 들으면 속으로는 뿌듯해하며 "그래?" 하고 괜히 무뚝뚝하게 반응한다. 이후 오늘 한 요리에 대해 자꾸 되돌아본다. 늘 맛있는 요리를 하는 것은 요리하는 사람의 선망이자, 목표다. 특히 아들이 엄지척을 했을 때의 그 기쁨은 이루 표현할 수 없다.

자식들 밥만 잘먹어도 예쁘다 라고 말하셨던 어머니의 마음을 이제야 깊이 깨닫고 공감한다. 요리는 부모의 마음이다. 누군가를 먹인다는 것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내가 차린 밥을 누군가가 잘 먹는다는 것은 삶의 보람이자, 자랑이다. 요리는 사랑의 표현이다.

 

지금까지 요리하면서 나만의 레시피 정리집을 만든 것이 어느덧 50여가지가 넘게 되었다. 닭볶음탕, 찜닭, 백숙, 수육, 제육볶음, 된장찌개, 김치찌개, 순두부찌개, 미역국, 쌈장, 열무비빔국수, 라볶이, 간장계란밥, 김치볶음밥, 새우볶음밥, 만두볶음밥, 게살볶음밥, 고등어조림, 차돌박이된장찌개, 오징어볶음, 어묵탕, 닭죽, 장조림, 파절이양념, 콩나물국밥, 등갈비김치찜, 오뎅볶음, 두부김치, 소고기무국, 계란찜, 계란말이, 스파게티, 짜장, 카레, 비빔밥, 떡국, 콩나물무침, 쌈장, 쫄면, 시금치무침, 멸치볶음. 이 정도면 한달 식단 정도는 짤 만한 리스트다.

 

앞으로도 요리에 대한 연구를 조금씩 해나가서 가족에게 적당히 맛있는 요리를 해줄 수 있는 아빠가 되고 싶다. 요리를 하면서 식비도 줄이고 가정에 보탬도 많이 되고 있다. 요리에 관한 두가지 목표가 생겼다. 먼훗날 삼식이가 아닌 삼시세끼 차려주는 아빠가 되기. 요리하는 아빠에 관한 에세이 쓰기. 적당한 제목도 이미 생각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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