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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기록

유행의 선두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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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고열에 시달렸다. 저번주 목요일부터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아내가 급약속을 만들고 연락도 없이 늦게 귀가한 바로 그 날이다. 열이 나고 회복했던 과정을 되돌아보자.

 

목요일 저녁, 목욕을 하고 TV를 보는데 눈이 빨개지고 콧물이 나기 시작했다. 목욕을 너무 오래했나? 목욕 후 옷을 안 입겠다고 뛰어다니더니 추웠나? 아무튼 목욕 후 반응이 나기 시작했다. 그날 아내는 늦었다. 나는 매우 화가 났었고, 한동안 감정을 다스리지 못했다.

 

금요일 아침, 아들은 어제 저녁과 마찬가지로 눈 주변이 빨갛고 콧물을 훌쩍거렸다. 환절기로 인한 알레르기인가 싶었다. 열은 없었다. 그날 오후, 어린이집에서 아내에게 연락이 왔다. 열이 있고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했다. 아내는 아들을 일찍 데리고 왔다. 집에서는 그럭저럭 잘 놀았다. 열이 나기 시작해서 해열제를 먹였다. 그날 저녁 아들을 재우고 아내와 간단한 안주에 술 한잔을 하며 회포를 풀었다.

 

토요일 새벽, 아들이 열이 많이 났다. 아내 말로는 1시에 열이 40도 가까이 나서 해열제를 먹였다고 한다. 이후 5시에 한번 더, 그리고 오전 10시에 해열제를 먹였다. 오전에 병원에 갔다. 아동병원에서는 입원을 권장했다. 수액을 맞으려면 코로나 검사를 해야한다고 했다. 우선 주사를 맞았다. 소염진통주사라고 했던 것 같은데 정확히는 모르겠다. 개미가 엉덩이를 꽉 깨물었다고 표현했다. 콧물약 등 처방을 받고 집에 왔고 초저녁에 땀을 흘리며 낮잠을 자더니 열이 내렸다. 컨디션도 좋아보였다

 

일요일, 집에서 휴식을 취했다. 처가 식구들이 와서 점심을 먹고 갔다. 이모와 할머니와 방에서 재밌게 놀았다. 컨디션이 좋았다. 그런데 저녁부터 다시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체력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는데 낮잠도 건너뛰고 너무 논 건가 싶다. 저녁에 39도까지 열이나자 해열제를 먹고 재웠다.

 

월요일 아침, 37도 중후반의 열이 났다. 우선 어린이집에 보내고, 오전만 있은 뒤 아내가 조퇴를 내고 데리고 왔다. 낮에는 열도 높지 않고 컨디션도 나쁘지 않았다. 보건소에 가서 코로나 검사를 받고 왔다. 혹시나 수액을 맞거나 입원을 하게되는 경우를 준비했다.

 

화요일 아침, 어제와 상태가 비슷했다. 조퇴를 하고 병원에 갔다. 약도 떨어지고 아직 열도 완전히 잡히지는 않았다. 의사선생님은 입원을 권장하셨다. 낮에 컨디션이 나쁘지 않아 하루 더 지켜보겠다고 했다. 100명이면 99명은 이러다가 괜찮아지지만 1명이 잘못되면 안되기 때문에 의사로서는 입원을 권장할 수 밖에 없다고 솔직하게 말씀해주셨다. 시간이 지나 조금 더 버티면 괜찮아질 것 같다며 크게 걱정을 안해도 될 것 같다고 하셨다. 수액을 맞고 호흡기 검사 등을 했다. 해열제, 영양제도 맞았다. 열이 내렸고 집에 돌아왔다. 수액의 부작용인지 눈이 부어 있었다. 새벽에 또 다시 열이 올랐다. 수액까지 맞고 와서 이제 괜찮아질거라고 생각했는데 당황스러웠다.

 

수요일 새벽에 39.5까지 올라 해열제를 먹였고 아침 즈음에는 38.5까지 올랐다. 해열제를 먹는 것을 거부했다. 연가를 쓰고 내가 하루동안 집에서 지켜보기로 했다. 아침 8시에 38도가 넘어 해열제를 먹였다. 열이 내렸다. 10시 정도에는 37도정도였다. 하루종일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다. 밥은 잘 먹지 않았지만, 재밌게 놀았다. 감기 기운으로 일주일째 씻지를 못했으니, 몸을 긁기 시작했다. 보일러를 틀어 최대한 따듯하게 해놓고 목욕을 재빨리 했다. 낮에 씻기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낮잠도 자지 않고 놀았는데 저녁즈음 해열제 약기운이 떨어졌는지 38도까지 올라 또 해열제를 먹였다. 입원을 시키는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와 또 38.5도가 넘으면 입원을 시키자고 상의했다. 저녁에는 밥도 잘 먹었다. 7시반쯤에 잠이 들었는데 땀을 흘리며 잤다. 열이 내리고 밤새 열이 나지 않았다.

 

목요일, 낮에도 특별히 열이 나지 않았다. 저번주 목요일 저녁부터 증상이 나기 시작했고, 금요일부터 열이 났으니 정확히 6일정도 열이났다.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지는 일주일이 지났다. 다행히 잘 놀고 컨디션도 나쁘지 않아서 입원을 하지 않고 지켜볼 수 있었다. 검사 결과 요즘 유행하는 RSV바이러스라고 했다. 늦가을부터 겨울철까지 유행하는 바이러스로 주로 어린 아이에게 발병한다. 기침, 가래, 발열 증상을 나타내고 폐렴이나 모세기관지염을 주로 일으킨다. 잠복기는 2~8일 사이로 알려져 있으나 주로 4~6일이 일반적이다. 증상은 3주까지 지속될 수 있다. 대부분 자연 회복된다. 아직 완전히 안심하기는 이르지만 어느정도 회복기에 접어든 것 같다.

 

어린이집에 오전에만 나갈 때 보니 10명의 아이들 중 3명만 등원을 했다. 원장선생님도 RSV바이러스가 유행이라 위생에 주의를 부탁한다는 공지사항을 올렸다. 지난 9월 파라바이러스로 입원까지 했는데 이번에는 또 다른 바이러스가 유행이라 절반이 넘는 아이들이 고생을 하고 있다. 우리 아들도 뒤처지지 않는 유행 선두주자로서 이번에도 여지없이 바이러스를 한껏 누려주었다.

아들아, 아빠는 유행에 관심이 없다. 나뭇가지의 잎과 같은 유행을 너무 따르지 마라. 스스로 잘 이겨내는 모습이 장하다. 다시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어 고맙다.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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