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정답이다.
2021년도 한달이 채 남지 않았다.
오늘 점심시간 옆자리에서 누군가가 이야기했다. “시간이 참 빠르다.”
이맘때가 되면 자주 들리는 말이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 곧 내년이다. 시간 참 빠르다.
나 역시 그렇다. 1년이라는 시간동안 무엇을 했는지 특별히 기억이 안난다. 올해도 늘 치열하게 살아온 것 같은데 말이다. 목표점을 향해서 부지런히 떨고 있는 나침반처럼 나 역시 그리 움직여왔지만 딱히 성과가 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옷이 두꺼워지는 이 시기가 오면 올해 내가 한 것이 무엇인가하는 의문이 든다.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갔을까? 시간이 빨리 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기억날 만한 이벤트가 없어서? 너무 바쁘게 지내서? 나이 먹어서? 모두 정답이다.
마음의 시간
신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하루 24시간을 준다. 남자이건 여자이건, 노인이건 아이이건, 부자이건 노숙자이건 모두가 공평하다.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공평한 것은 시간이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느껴지는 시간은 상대적이다. 누군가의 시간은 빨리 지나가고 누군가의 시간은 천천히 지나간다. 주말의 하루는 평일의 하루보다 빨리 지나간다. 지루한 수업의 남은 10분은 쉬는 시간 10분보다 느리게 지나간다. 왜 이렇게 시간은 상대적으로 흐를까?
이에 대한 연구한 학자가 있었다. 현대 열역학에 기여한 미국 듀크대학교의 아드리안 베잔 (Adrian Bejan) 교수는 시간을 ‘물리적 시간’과 '마음의 시간' 두가지 개념으로 구분했다. 물리적 시간은 누구에게나 일정하지만 마음의 시간은 상대적이라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마음의 시간이 빨리 가는 이유는 뇌의 신경세포가 늙어감에 따라 정보를 처리하는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이다. 어린 아이의 뇌는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여 세상의 더 많은 정보를 폭넓게 볼 수 있다. 반면 나이가 들수록 정보를 처리하는 뇌의 속도가 느려짐에 따라 기억되는 사건의 양과 수도 줄어들게 되고 그만큼 시간을 짧게 느낀다는 것이다. 결국 정보처리속도가 느려지고 더불어 기억의 양이 줄어듦에 따라 1년의 사건이 줄어든 것이다.
시간을 느리게 보내는 방법
노인의 시간이 빨리 가는 이유는 익숙함 때문이라는 연구도 있다. 처음가는 길을 걸어갈 때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은 느낌을 받은 경우가 있었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은 같은 거리지만 훨씬 빨리 온 것처럼 느껴진다. 이는 낯선 환경에 긴장하고 적응하려는 몸의 반응 때문이다. 처음갔을 때보다 돌아오는 두 번째는 환경에 더 적응하여 긴장이 풀리고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시도하는 것이 시간을 느리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장수 노인들을 인터뷰하면 노화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자신이 할 일이 있는 것에 감사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이 80세에 매일 영어공부를 하며 새로운 것을 배우는 할머니가 건강과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도 같은 맥락이다.
늘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자신을 낯선 환경에 노출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익숙한 사람들만 만나기보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 익숙한 장소만 가는 것보다 새로운 장소를 찾아 다니는 것. 매일 가는 길로만 가는 것보다 새로운 길로 목적지를 찾아 가보는 게 어떨까? 매일 특별한 이유없이 반복되는 일상은 마음의 시간을 빨리 가게 만들고 사람을 늙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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