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는 없다 - 김경우
“선생님, 선생님 고맙습니다. 선생님이 주신 것 언제 다 갚을 수 있을까요? 고맙습니다.”
내가 너희에게 한 것은 하나도 빠짐없이 다 갚아야 한다. 몰랐니? 내가 늘 말했잖아. 이 세상에는 공짜는 없다고. 꼭 갚도록 해. 정말이야. 농담 아니야. 명심해라.
뭘 그리 놀란 표정이니? 다만 나에게 꼭 직접 갚지 않아도 돼.
지금은 어리고 학생이니 할 수 없고 나중에 커서 너도 나처럼 둘레의 누군가에게 네가 너희에게 했던 것처럼 하면 되는 거야. 나에게 받은 것뿐만 아니라 부모님에게 받은 것, 이웃에게 받은 것들 다 어른 되어서 잊지 말고 갚도록 해라.
돈 받아서 잘 쓰고 갚지 않으면 어떤 사람이 되는지 알고 있지? 그것과 마찬가지야. 사랑의 은혜를 받기만 하고 갚지 않는다면 그런 사람은 어떤 사람이겠니?
자기는 아무것도 받지 않고 살아왔다는 착각 속에서 잘난 체만 한다면 그런 사람은 어떤 사람이겠니? 선생님에게 고마우면 네 주변의 어떤 사람에게든 네가 받은 것만큼은 나눠줘야 한다.
“선생님, 선생님한테 받은 것은 선생님에게 갚아야 마땅하지 않아요?”
나에게 바로 갚지 않아도 되는 이유는 내가 너희에게 준 것도 본래 내 것이 아니었거든. 나도 빚 갚은 거란다. 나중에 커서 네가 사는 마을에서 어렵고 불쌍한 아이들을 우연히 보거든 내가 보낸 줄 알고 그 아이들에게 빚을 적당히 갚도록 해라.
“예, 알겠습니다. 선생님.”
2007년 어느날
우연히 책을 읽다가 알게 된 글이다. 오랜 시간 사진첩에 저장되어 있다가 다시 보게 되어서 정확히 무슨 책이었는지가 기억이 안 난다. 제자에게 사랑을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나누어 살아야 한다는 철학을 가르쳐주는 선생님.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내가 가진 것이 나의 것이 아니라는 겸손함이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조금씩이라도 빚을 갚고 살아야겠다. 수십년 남은 주택담보대출만 갚아 나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받은 사랑의 빚도 갚아 나가야겠다.
비슷하면서도 달랐던 주변 일화가 있었다. 아버지가 대학을 다니는 아들에게 ‘학비며 용돈이며 네게 많은 돈이 들어간다며 언제 돈 벌어서 이거 다 갚을래?’ 라고 농담 섞어 묻자, 아들의 대답이 명쾌했다. “나도 내 아들에게 베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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