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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기록

여름에는 걸었고, 가을에는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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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가을이 성큼 다가옴을 느낀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재채기,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인한 콧물이 가장 먼저 가을이 왔음을 알려준다. 보름 넘게 떨어지지 않는 감기는 아들에게서 가을이 왔음을 몸소 체험하게 한다. 이렇듯 가을은 높은 일교차를 통해 먼저 몸으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계절이 바뀌고 가을이 왔음을, 겨울을 준비해야 함을 직접 느끼게 해주는 진정한 선생님이다. 

 

오늘은 아이들과 동네 탐험하기 체험을 했다. 야외수업은 늘 아이들을 들뜨게 한다. 교실 밖으로 나서니 제법 햇살이 따갑다. 여름이 자신의 계절이 끝나감을 아쉬워하는 듯하다. 뜨거운 햇살은 한여름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최대한 그늘로 걸어다니거나 가끔 나오는 구름그늘에 행복을 느낀다. 최대한 차가 다니지 않는 논길이나 골목길로 다니면서도 아이들의 안전이 늘 걱정이다. 비로소 잠시 쉴 수 있는 정자를 발견하고 앉아서 쉬면서 이마의 땀을 훔친다. 그리고 가을 하늘을 바라본다. 구름이 끼어 아주 맑은 하늘은 아니지만 저 멀리 푸른 하늘이 사이사이로 보인다. 비를 머금은 구름은 여름의 아쉬움을, 멀리 보이는 높은 하늘은 가을의 설레임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가을은 참 예쁘다. 노래 제목처럼 오늘 아이들과 조금이나마 예쁜 가을을 느끼고 왔다. 아직 완전히 익지 않은 푸른 벼들도 커다란 무당벌레도, 중간중간에 보이는 들꽃들도 참 예쁘다. 아이들은 그 예쁨이 신기하여 한참을 바라다본다. 여기저기 그늘에서 낮잠을 자는 고양이들은 그냥 지나친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반갑게 인사하는 작은 강아지들에 빠진 아이들은 한참을 어루만지다 자리를 뜬다. 어르신들은 동네를 돌아다니는 아이들이 신기한지 한참을 바라보신다. 지나가는 동네 어르신에게 반갑게 인사하는 아이들이 강아지 같다.    

오늘 우리는 여름과 가을을 동시에 느꼈다. 여름에는 걸었고, 가을에는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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