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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기록

가끔 아내를 딸처럼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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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친구가 육아의 고민을 토로하며 캡처된 사진을 보냈다. 사진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쓰여 있었다.

글 쓰신 분은 정말 큰 깨달음의 문턱까지 오신 겁니다. 남자의 삶은 원래 외롭고 고독합니다. 여자는 태생적으로 감정적이고 의지하는 동물이라 실상 딸이랑 다를 바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인은 특히 더 그런 것 같고요. 아내에게 의지하겠다는 생각 자체를 버리시고 세상에 의지할 사람은 오직 자신밖에 없다는 진리를 인정한 후에 그나마 함께 외로움을 나눌 친구를 찾아 나가는 게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아내는 보호의 대상이지 공감을 요구할 대상이 아닙니다.

 

배우자를 자식처럼 여기는 사람들

이 글이 여자나 아내를 보호의 대상이라고만 치부해서 거센 반발이 있을 것이라 짐작된다. 이후 실제 사례가 궁금해서 아내를 딸처럼 대하거나, 남편을 아들처럼 대한다는 후기를 찾아 읽어보았다. 인터넷에 다양한 사연과 의견이 있었다.

자신을 딸처럼 대한다는 남편을 둔 아내는 세심하게 배려해주는 장점도 있지만, 잔소리도 심하다는 단점도 있다고 했다. 자신을 딸처럼 대하는 남편을 보고 자신이 성인으로서 역할을 못 하나 고민이라는 사람도 있었다. 배우자를 자식처럼 대하는 것은 사실 본인이 굉장히 존중받길 원하는 역심리가 작용하는 것이라는 심리분석도 있었고, 오히려 살아가면서 배우자에게 실망할 때 아들이나 딸처럼 생각해서 이해하고 용서하라는 주례 내용도 있었다.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한 욕구불만이 표현되어 딸이 성인이 되어 중년의 남자를 사랑하거나, 아들이 의지할 수 있는 연상의 여인을 사랑하는 것으로 발현된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 경우에는 가족의 구조와 역할이 서로 모순되어 진정한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배우자를 자식처럼 여기는 것이 좋다, 나쁘다는 논란을 떠나서

아내를 딸이라고 생각했을 때의 장점만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기대와 실망

갓 태어난 아기는 혼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혼자 밥도 못 먹고, 혼자 씻지도 못하고, 혼자 옷도 못 입고, 기저귀 똥도 갈아줘야 하고, 안아서 달래야 한다. 그런데 부모는 육체적으로 힘들지언정 아기에게 화를 내거나 왜 이것도 못 하느냐고 핀잔을 주지 않는다. 애초에 기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아기가 조금씩 클수록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난다. 4, 5살만 되어도 혼자 용변도 보고, 혼자 밥도 먹고, 혼자 신발을 신기도 한다. 과연 이 시기의 엄마와 아이의 관계는 그만큼 더 좋아질까? 현실은 반대다. ‘미운 네 살이라는 말이 있듯이 오히려 엄마와 아이가 서로 언성을 높이며 싸우고 갈등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아진다. 원인은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점점 높아진 엄마의 기대감이다.

 

타인에게 하게 되는 기대는 나의 통제 밖의 일이기 때문에 실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기대라는 것은 타인이 아닌 자신에게 하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기대는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동력이 된다.)

부부 생활도 마찬가지다. 실망은 높은 기대감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바랬을 때 기대가 충족되지 않으면 갈등이 시작되고는 한다. 아내와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나면서 연애하거나 신혼 때보다 서로 기대하는 것이 많아지고 가사와 육아에 대한 균형점을 찾는 과정이 어려워진다.

 

 

상대에 대한 감사

그런데 만약 아내를 딸이라고 생각한다면?

한번 그런 시선으로 아내를 보자, 이럴 수가! 딸이 내 아들을 돌봐주고 놀아주고 집 청소와 빨래도 해주고, 게다가 돈까지 벌어와서 살림에 보탬을 주고 있다. 아마 이런 딸은 현실에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랬더니 기대감을 낮추고 지금 있는 그대로 너무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감사다. 상대방에게 감사하다는 것은 현재 있는 그대로 만족한다는 뜻이고, 있는 그대로 존중한다는 의미이다. 부부 사이에도 감사함이 있으면 갈등이 생길 일은 거의 없어진다. 나는 아내에게 감사하기 위해 가끔 아내를 딸이라고 생각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물론 아내가 이 사실을 절대 알아서는 안 된다. 본인을 딸처럼 여기는 남편을 마냥 좋아할 아내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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