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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교수·학습

[북리뷰] 가르침을 멈추니 배움이 왔다 - 강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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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예스24

집에서 준비해 온 간식으로 아이들 책상을 세팅한다. 교실 맨 뒤쪽 빈자리에 앉아서 책을 읽다가 아이들을 맞이한다. 교실에 들어서는 아이들과 하이파이브와 눈인사를 한다. 선선한 아침 공기 속에서 아이들과 한 호흡으로 책을 읽는다.

아이들과 하는 상담은 일 년 내내 이어진다. 방과후 아이들이 모두 떠난 호젓한 교실 구석에서 두 사람이 따뜻한 차를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교실 공간은 조금 더 예뻐도 괜찮다. 나의 교실 콘셉트는 '매일 오고 싶은 공간, 오면 집에 돌아가기 싫은 공간'이다.

2015년 인터넷 서점에서 우연히 '수업이 바뀌면 학교가 바뀐다'를 만났다. 책은 도끼로 내 머리를 후려쳤다. 한 문장, 한 단어에 주목하였다. '배움의 공동체'라는 수업 연구회를 알게 되었다. 원격연수를 신청하고 듣고 또 들었다.
우리는 수업 안에 무엇을 담아내야 할까?
① 공공성 : 수업은 공공의 것이다. 수업은 열려 있어야 하고 기꺼이 나누어야 한다. 단 한 명의 아이도 배움의 장에서 소외되면 안 된다.
② 민주주의 : 임대아파트와 분양아파트를 구별해 집값을 지키는 사례, 효율성이라는 이름 아래 수준별 우열반과 학교 서열화,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지역 아파트 주민. 수업에는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장착하고 더불어 사는 삶을 향유해야 한다.
③ 탁월성 : 일률적으로 같은 기준이 적용되고 수준별로 체에 걸려서 분반됐을 때 그 자체로 패배감을 안고 시작한다. 다른 사람의 최대치에 나를 비교하기보다 나 자신의 최대치에 나를 비교해야 한다.
학습 능력이 좋아서 일찍 끝낸 아이는 지루하게 기다린다. 왜 활동을 혼자서 하도록 했을까?

아이들이 자기 속도에 맞게 자기가 좋아하는 방법으로 배우고 있는가?

이런 이상적인 교실은 현실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코 그렇치 않다. 이 철학에 매료되어 일상 수업 안에서 실천하는 연구회의 많은 선생님이 있다.

배움의 질은 어떻게 높아지는가? 이해 중심의 기초 과제에서 탐구 중심의 점프 과제로 도약해야 진정한 배움에 닿는다. 탐구는 어렵다. 어렵기 때문에 협력해야 한다. 배움의 질을 높이는 것은 '탐구'와 '협력'이다.
‘수업 연구 대회’라는 것이 있다. 수업 연구 대회의 신성한 결과는 1등급, 2등급, 3등급으로 매겨진다. 수업이 한우도 아니고 1등급 수업이라니.

수업 시간에 가장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누구일까? 당연히 교사다. 아이들은 선생님 말 듣기를 즐길까?

수업은 여행과 닮았다. 여행의 목적이 여정 자체이듯 수업의 목적도 매 순간 대화의 즐거움이다.
사람은 태어날 때 배움을 가지고 세상에 온다.
배움은 삶의 다른 이름.
삶은 사람의 다른 이름.
사람은 사랑의 다른 이름.
"계획대로 안 되는 수업을 계획대로 하려다 보니 수업을 망친다."
배움의 공동체 대표 손우정 교수가 자주 하는 말이다. 계획이 치밀할수록 수업은 궤도를 벗어난다. 궤도는 누구의 트랙인가? 교사의 트랙이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이 그러하듯, 수업 역시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유연하게 이유를 찾아야 한다.

목표는 교사 자신만 가지고 있으면 된다. 아이들이 만나는 것은 매력적인 배움 주제면 충분하다.

수업은 상황과의 대화이다. 어떻게 전개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애초에 세밀한 계획이 없으니, 계획에서 벗어나 수업이 망할 일도 없다.

평가의 패러다임이 달라져야 한다. 평가는 경쟁의 최종 결과가 아니라 배움에 이르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고, 배움을 도와주는 도구다.
많은 교사가 수업을 준비하는 첫 단추로 ‘인디스쿨’이나 ‘아이스크림’ 컨텐츠 자료를 둘러본다. 사용할 자료를 획득하는 것이 수업 디자인의 전부일까?

이제 내 수업을 보자. 먼저 단원을 살펴본다. 단원에서 궁극적으로 배울 것은 무엇인지 친절하게도 성취기준에 잘 나와 있다. 단원을 그대로 할 것인지, 재배치할 것인지, 통합할 것인지 등을 성취기준에 근거해서 따져 본다. 한 차시 활동을 구상하기 전에 단원이라는 큰 그림을 훑어보면서 수업을 상상하자.

단원의 차시를 구성한다. 각 차시 활동은 성취기준에 근거해서 만들면 된다. 활동지를 만드는 방법은 일단 만들고, 끝까지 완성하고, 자주 만들어 보고, 수업에서 꼭 사용한다. 그리고 수업 후 아이들이 잘 배웠는지 성찰한다. 아무리 매력적이라도 배움 주제와 동떨어진 것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마지막으로 활동의 순서를 정한다. 오늘 주제와 가볍게 만나는 활동은 무엇으로 할지, 기초 기본과제는 어떤 활동으로 할지, 점프 과제는 무엇으로 할지를 정한다.

대화는 강력한 배움의 도구다. 도구나 장치가 많이 들어올수록 수업은 무거워진다. 수업이 무거우면 대화가 막힌다.

‘그것이 대화를 도와주는가?’

배움에서 효율을 추구한 결과는 좋지 못하다. 진짜 협력적인 배움이 아닌 경쟁만 남는다.

 

아이들에게 모둠활동을 소개할 때 카페 아주머니들 수다에 비유한 적이 있다.
“얘들아, 모둠활동은 수다를 떠는 것과 비슷해. 가위바위보로 말하는 순서를 정하지 않아도 된단다. 정답도 없어. 자기 생각을 편하게 말하면 돼. ‘응’하고 호응하면서 잘 들어주고, 모르는 것은 언제든지 다시 말해 달라고 물어봐도 좋아. 다른 점은 활동지에 근거해서 이야기 나누는 것, 그것 한 가지가 다른 점이야.”

모둠 대화 안에서 자기 사고를 할 수 있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까? 못하는 아이가 중간에 아무 때나 끼어들어서 질문을 할 수 있으면 된다.
“이거 어떻게 해? 나 이거 하나도 모르겠어.”

저자는 규칙, 차렷! 경례,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 박수 3번 시작. 수신호 체크리스트, 학급 온도계 독서 반장, 단원평가 등 모든 것이 불편하다. 지금까지 수많은 규칙으로 아이들을 통제하려고 했던 교사인 나도 뜨끔했다. 아이들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수업을 디자인하기 위해 연구하는 선생님의 강의가 보고 싶으면서도, '나는 이렇게 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결국 이 책을 통해 한 가지만 얻어가자는 마음으로 목차를 다시 돌려보았다.

아이들이 서로 대화할 기회를 주기? 잘될까?

루틴이나 규칙 없애기? 엉망이 되지 않을까?

교실 공간 심플하고 예쁘게 꾸미기? 학기 초에만 반짝 효과이지 않을까? 그게 본질은 아닌데.

연수를 들을까?

 

대화는 강력한 배움의 도구이고, 모르는 것을 아는 체하지 말고 가볍게 질문할 수 있는 것. 이것을 알았다는 것만으로도 변화가 시작될 수 있을 것 같다. 나 스스로부터 가볍게 질문하고 가벼운 질문에 내 생각을 부담 없이 말하기를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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